최근에 지인으로부터 한 사연을 듣게 되었다. 취준생 커플의 이별 이야기였다. 나도 취업 준비를 하면서 연애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 사연이 더 가슴 아프게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에서는 내가 들은 취준생 커플의 이별 이야기를 중심으로 남자 입장에서 이별 통보를 하기까지의 생각을 중심으로 써보려 한다.


대학교 같은 과 CC 남자와 여자는 그렇게 만났다. 같은 미래를 바라보며, 공무원이라는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남자는 이 여자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한창 젊은 시기에 스스로 열정이 넘쳤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함께 떳떳한 가정을 꾸리고, 여유롭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상상하면 설레기만 했다. 둘은 수험생활과 학교 수업을 병행했고, 가끔씩 공부가 잘 안 돼 힘들고 지쳤지만 같이 데이트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재충전을 했다. 그렇게 잘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행복했던 연애

하지만, 어느새 졸업도 하고, 한 살 한살 나이는 들어갔다. 뭐하나 이뤄 놓은 것 없는 장수생 커플이 되어 버렸다. 남자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행복할 것만 같았던 나와 여자 친구의 밝은 비래에 대한 확신, 희망은 불투명한 유리벽 뒤에 숨어 버린 지 오래였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해본 최후의 기회마저 불합격으로 날려버렸다. 남자는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고 오르지 못할 나무를 올려다보기만 하는 생활을 청산하기로 한다. 여자 친구는 여전히 나를 위로하고, 따뜻하게 안아 주며 곁에 있어줬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허전하고 외로웠다. 무엇보다 미안했다. 이런 마음 때문인지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해도, 맛있는 것을 먹어도, 영화를 봐도 마냥 웃고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여자 친구도 눈치를 챘는지 밝은 얼굴로 환하게 웃다가 순간 웃음기가 사라진 찰나의 표정이 남자를 괴롭혔다. 결국 다투는 일이 잦아졌고, 남자는 마음에도 없는 이별 통보를 해버렸다. 

 

외로운 연애

어떤 여자는 비겁하고 이기적이라고 말하더라. 아무리 상황이 힘들어도 그렇지 같이 극복해볼 생각은 안 하고 잡고 있던 여자 친구의 손을 그렇게 무기력하게 놓아버렸다고. 나도 이 말을 이해한다. 하지만 취업 준비와 연애를 병행해 본 남자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로 인해 더 이상 환하게 웃지 못하는 여자친구의 얼굴을 보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비참한지... 그렇게 남자들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헌신적이고 따뜻했던 여자를 그렇게 떠나보낸다.

 

씁쓸한 인생

가진 남자는 가진 것 없는 여자를 사랑으로 먹여살리지만, 여자는 가진것 없는 남자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가진 것이 없는 남자는 서서히 내 여자를 놓기 시작한다. 스스로 능력 없음을 탓하며 억지로 놓아주는 것이다. 나 보다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잘난 남자에게 가라며 등을 떠민다. 그 잘난 남자가 나보다 더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으로 찢어지는 마음을 달래며 그렇게 보낸다.

 

여자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의 말.

 

"사랑해서 헤어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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